과학계 금녀의 벽이 무너진다
Science and the Gender Gap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여성 과학자 드물었지만 지금은 해마다 늘어나기만
과학계에서 여성의 비중이 무척 커졌다. 캘리포니아 대학(버클리) 물리학과를 잠깐 들여다보자. 그곳은 어니스트 로렌스의 사이클로트론 발명(1931년)을 효시로 현대과학의 일부 중요한 발명들이 태어난 역사의 산실이다. 한 세대 전만 해도 여자 얼굴은 보기 어려웠다. 지금도 르콘티홀 1층을 걸어가는 방문객들은 이곳 출신의 저명한 과학자들을 기리는 사진이 벽을 장식한 모습을 볼 수 있다. 거의 모두가 백인 남성이다.
그러나 3층으로 올라가면 풍경이 바뀐다. 현직 교수진과 학생들의 사진 중에 물리학과장 마조리 샤피로가 보인다. 또 우주역학이나 소립자 등을 연구하는 다른 여교수 네 명도 보인다. 거기에 더해 여섯 번째 여성이 2주 전 고용됐다. 이들은 물리학과 전체 교수진의 10%에 불과하지만 여성의 존재는 분명 두드러진다.
더 큰 희망은 오른편에 있는 작은 사진들인지도 모른다. 학부와 대학원 졸업생들 사진인데 그중 약 20%가 여성이다. 버클리는 해마다 물리학 박사 학위를 받는 여성을 전국의 일류대학에 내보낸다. 그래서 샤피로는 앞날을 낙관한다. 그러나 현실을 잊지는 않았다. “사정이 점차 나아지지만 내 기대에는 못 미친다”고 말했다.
법조계와 출판계, 심지어 정계 등 다른 분야의 여성에게 학문으로서의 과학은 세월에 잊힌 세계처럼 보이기도 한다. 여성이 기업계에 진출한 지는 이미 수십 년이 지났지만 여성 물리학자·화학자·수학자·엔지니어들은 아직 일류 연구대학에서 자리를 잡지 못했다.
예컨대 수학과와 화학과 대학원 졸업생의 절반이 여성이지만 그 분야에서 교수직에 진출한 인원은 10%에 불과하다. “미국은 가급적 많은 과학·기술 고급인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인구의 절반을 배제하다니 이건 말이 안 된다”고 조지아 공대의 수 로서는 말했다. 로서는 ‘여성 과학도의 출세 상한선’(가제, The Science Glass Ceiling)이라는 책을 낸 바 있다.
[이상은 뉴스위크 한국판을 부분적으로 인용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