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2002. 7. 15. 김태한 김창원 기자 작성 기사 인용
1996년 혁신적인 디자인의 신제품 휴대전화기 개발을 마친 미국 모토로라는 아카데미 영화 시상식을 제품 발표 무대로 잡았다. 세계 시장을 놀라게 할 야심작을 선보이는 만큼 홍보효과도 커야했기 때문이었다.
이 같은 제품발표회 전통을 처음 연 모토로라의 제품이 ‘스타택’. 바로 세계 최초의 폴더형 단말기였다. 스타택은 영화 ‘스타트렉’의 우주선을 연상시키는 디자인으로 세계 각국 소비자들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와이셔츠 주머니에도 휴대할 수 있는 검은색 스타택은 당시 부(富)와 성공의 상징처럼 여겨졌다.
모토로라는 스타택 개발 과정에서 폴더방식 디자인에 대한 국제특허를 확보, 경쟁사들의 추격을 따돌렸다. 스타택의 성공은 폴더형 단말기 열풍으로 이어졌다.
휴대전화기가 첨단정보시대의 가장 대중적인 정보기기로 떠오르면서 이를 둘러싼 특허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음성통화 도구였던 휴대전화기가 인터넷과 컴퓨터 기능까지 갖춘 다기능 휴대용 정보기기로 ‘진화’하면서 각종 특허가 쏟아지고 있다. 특허권 소유 여부에 따라 제품의 경쟁력이 좌우되고 기업의 미래가치도 달라지면서 특허권 분쟁도 늘고 있다. 특허청 오상균 심사관은 “휴대전화 관련 특허는 국내에서만 한 해에 수백가지씩 새로 늘고 있다”며 “휴대전화 기술이 계속 발전하면서 고유기능이나 디자인과 관련된 것은 줄고 무선인터넷이나 휴대전화 결제 등 새로운 용도와 관련된 것이 많다”고 밝혔다.
▽휴대전화 특허 어떤 게 있나〓88년 세계 최초로 손에 들고 다니는 휴대전화기 ‘택8000’을 개발한 모토로라는 플립방식 단말기 특허도 가지고 있다. 이 회사가 92년 내놓은 ‘마이크로택Ⅱ’는 덮개를 여닫는 플립형 디자인으로 휴대전화 대중화시대를 열었다. 최근에는 폴더 및 슬라이드 방식 단말기의 대안으로 덮개를 위로 돌려 여는 ‘로테이션’방식의 신제품 ‘V.70’도 내놓았다.
휴대전화 자판에도 갖가지 특허가 얽혀있다. 삼성전자는 ‘ㅣ’, ‘ㅡ’,‘·’의 세 가지 키로 모음을 입력하는 ‘천지인(天地人)’ 방식 한글자판 특허를 보유해 자사(自社)의 모든 제품에 쓰고 있다. LG전자는 벤처기업 언어과학이 특허를 낸 ‘나랏글’ 방식 자판을 쓰고 있다.
웬만한 폴더 단말기의 외부 덮개에 달려있는 ‘듀얼 창’에 대한 특허는 KTF가 냈다. KTF는 98년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으로 국내 최초의 듀얼폴더 단말기에서 이를 고안해 2000년 9월 특허등록을 마쳤다.
삼성전자는 안테나의 굵고 둥근 뭉치와 얇은 막대를 분리, 막대안테나만 뽑아 쓰는 방식에 대한 특허를 갖고 있다. 이 방식은 굵은 뭉치가 막대안테나 끝에 달려있는 과거 방식보다 수신감이 좋고 편리해 업계 표준으로 자리잡았다. 삼성전자 지적재산팀 고간석 과장은 “단말기 주소록의 전화번호를 원터치방식으로 거는 단축다이얼도 삼성전자가 89년 국내에서 특허 등록한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퀄컴은 부호분할다중접속(CDMA)방식 원천기술 특허를 발판으로 무명의 벤처기업에서 세계적인 통신업체의 반열에 올랐다. 한국은 92년 CDMA를 국가표준으로 정하고 상용화 사업을 추진함으로써 퀄컴의 초고속 성장을 가능케 했다.
▽늘어나는 휴대전화 특허 분쟁〓‘천지인’ 자판 특허는 발명자가 삼성전자를 상대로 특허권을 주장하며 1000억원대의 소송을 내 법정 분쟁에 휘말려 있다.
삼성전자 전현직 직원 2명이 회사가 자신들의 특허권을 가로채 이득을 봤다며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을 낸 것. 이들은 삼성전자가 특허권을 팔거나 양도하지 못하도록 가처분 신청도 했으나 법원은 최근 가처분신청에 대해서는 기각 결정을 내렸다.
한때 단말기 사업을 벌였던 미국 퀄컴은 97년 스타택 디자인을 도용한 혐의로 모토로라와 법정다툼을 벌이기도 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퀄컴의 CDMA 로열티 분쟁도 대표적 사례. CDMA 상용화 기술 개발에 참여한 ETRI는 국내 업체로부터 받는 기술료의 20%를 주기로 했던 퀄컴이 약속을 지키지 않자 국제상공회의소 국제중재법원에 중재신청을 내 지난 해 승소했다. 이에 따라 ETRI는 퀄컴으로부터 1억25만5530달러의 기술료 분배금을 돌려 받았으며 2008년까지 총 1억2000만달러를 더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
▽특허료는 얼마나, 어떻게 주고받나〓기업들이 특허권 사용료를 주고받는 방식은 크게 세 가지. 매출에 따라 일정한 사용료를 주고받는 러닝로열티, 한꺼번에 내는 럼섬(lumpsum), 상호 보유한 특허의 사용권리를 주고받는 크로스라이선스 등이다.
퀄컴은 CDMA 특허에 러닝로열티 방식을 적용해 국내 제조업체로부터 내수용은 5.25%, 수출용 5.75%의 기술료(매출액 기준)를 받고 있다. LG전자는 일괄 삼성전자의 ‘천지인’ 자판에 맞서 ‘나랏글’ 자판을 도입하면서 10억원을 주고 럼섬 방식으로 사용권을 사들였다. KTF는 삼성전자에 듀얼 창 사용권을 주는 대신 삼성전자의 천지인 자판을 쓰는 크로스라이선스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기업간 특허권 사용계약은 기업마다 방식과 내용이 달라 공개하지 않는 것이 관례.
저스티스법률사무소의 김준효 기술전문변호사는 “휴대전화 분야의 시장 활성화를 위해 특허권 보유 기업이 재산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이 때문에 많은 특허가 사용료 없이 공유되고 있다”고 말했다.
[2002. 7. 15. 동아일보 김태한 김창원 기자 작성 기사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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