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신문 [2005년 08월 18일 제 3387 호]
직무발명보상관련법령 개정안의 문제점과 대안
김준효 변호사 (저스티스법률사무소)
1. 이 글의 주요 내용
최근 직무발명보상관련 법령의 개정안(이하 ‘개정안’이라 칭함)이 발표된 바 있으나, 이는 현행법보다 발명자에게 주어질 보상금의 액수를 대폭 감소시켜 발명자의 발명의욕을 꺾게 되고 결국 우리나라 산업발전에 역행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어 ‘개악’이라고 생각한다.
개정안은 ‘정당한 보상’의 결정 기준을 주로 ‘보상금 결정과정에서의 절차적 정당성’에 두고 있는데, 이는 직무발명보상금은 발명자의 발명에 대한 실질적 공헌도에 따른 정당한 보상이어야 한다는 특허법상의 원칙론을 벗어난 것이다.
개정안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해소하는 방안으로서는 현행법을 존치시키되, 각 기업이 종업원의 직무발명에 대한 보상에 적극적으로 임하는 데에 따른 당해 기업에 대한 국가적 지원시스템을 갖추도록 함이 좋을 것이다.
2. 직무발명보상관련 현행 법령 및 연혁
우리나라의 기술 분야가 무너지고 있다고들 한다. 필자는 연구개발분야 종사 근로자의 직무발명에 대하여 보상금을 적정하게 지급하는 것이야말로 기술 분야의 붕괴문제를 해결하는 해결책이라고 생각한다.
발명특허제도는 기술 분야에 있어서의 인간의 창작의욕을 북돋우어 산업발전을 꾀하는 제도이다.
기업체 내에 근무하는 근로자(종업원)의 발명은 직무발명과 자유발명으로 크게 나눌 수 있는데, 직무발명(특허법39조)이란, 종업원이 개인적으로 발명한 것(자유발명)이 아니고, 회사와의 관계 속에서 회사의 직무와 관련하여 수행한 발명을 일컫는 용어이다.
직무발명에 대한 보상의 문제는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사각지대에 놓인 분야이나, 현행 특허법에 직무발명에 대한 보상제도가 마련되어 있다.
특허법 第40條 (職務發明에 대한 補償) 1항은 ‘정당한 보상’을 하도록 하고 있으며, 같은조 2항은 ‘補償의 額을 決定함에 있어서는 그 發明에 의하여 使用者등이 얻을 이익의 額과 그 發明의 完成에 사용자등 및 종업원등이 공헌한 정도를 고려하여야 한다. 이 경우 보상금의 지급기준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 또는 조례로 정한다. <개정 2001.2.3>’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위 40조 2항 상의 대통령령 또는 조례는 아직 제정되지 않고 있는데, 그 이유는, 위 40조 2항에 따라 특허청에서 “수익(매출이 아님)의 15%를 보상금으로 지급한다”는 시행령 입법안을 추진(2001.3.)하였으나, 대기업과 경제인단체 등의 집중적인 로비에 좌절(2001.6.차관회의에서 시행령 개정 보류)한 이후, 보상금지급기준 제정의 추진동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특허청 관계자는 “시행령 내용이 공개된 뒤 전경련과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측에서 특허청에 계속 전화를 걸어 압력에 가까운 청탁을 넣었다”며 “결국 산자부도 재계의 압력에 꺾이고 말았다”고 전한 바 있다. (경향신문 2002. 9.24.자 보도)
3. 직무발명보상관련 법령의 개정안 및 그에 대한 분석
가. 직무발명보상관련 법령의 개정안
발명진흥법 제13조(직무발명에 대한 보상) ① 종업원등은 직무발명에 대하여 특허등을 받을 수 있는 권리 또는 직무발명에 대한 특허권등을 계약 또는 근무규정에 의하여 사용자등으로 하여금 승계하게 하거나 전용실시권을 설정한 경우에는 정당한 보상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②제1항의 규정에 의한 보상에 대하여 계약 또는 근무규정에서 정하는 경우에 그 정한 바에 따른 보상이 다음 각호의 상황 등을 고려하여 합리적인 것으로 인정되면 이를 정당한 보상으로 본다.
ⅰ. 보상형태 및 보상액을 결정하기 위한 기준의 책정시 사용자등과 종업원등간에 행해진 협의의 상황
ⅱ. 책정된 보상기준의 공표게시 등 종업원등에 대한 당해 기준의 제시 상황
ⅲ. 보상형태 및 보상액의 결정시 종업원등으로부터의 의견청취의 상황
③ 제1항의 규정에 의한 보상에 대하여 계약 또는 근무규정에서 정한 바가 없거나 그 정한 바에 따른 보상이 제2항의 규정에 의해 불합리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제1항의 규정에 의한 보상액을 결정함에 있어서는 그 발명에 의하여 사용자등이 얻을 이익의 액과 그 발명의 완성에 사용자등 및 종업원등이 공헌한 정도를 고려하여야 한다.
나. 개정안의 분석
개정안을 분석해 보면 그 의미는 아래와 같다.
현행법이 직무발명보상금의 정당한 보상금의 액수를 결정하는 역할을 전적으로 법원에 맡기고 있는데 반하여, 개정안에선 종업원과 사용자(이하에서는 ‘기업’이라고 칭함) 간에 계약등이 있으면 그에 따라 정당한 보상금의 액수가 결정될 가능성이 크게 된다.
그리고, 직무발명에 대한 ‘정당한 보상’의 결정 기준을 주로 ‘보상금 결정과정에서의 절차적 정당성’에 두고 있으며, 절차적 정당성(종업원과 기업간의 보상형태, 보상금의 결정기준 등에 관한 협의 상황에서의 절차적 정당성)이 인정되면 ‘정당한 보상’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상당히 크게 된다.
4. 개정안의 문제점
가. 민간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구조의 모순
개정안 발의자의 개정안에 대한 분석: 개정안이 종업원과 기업이 직무발명보상금의 액수를 산정하는 기준에 대하여 충분히 협의할 수 있는 구조(합리적 절차에 의하여 민간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구조)를 창출하므로 노사 공히 이익되는 방향이며 국가 산업발전으로 이어질 것이다.
그러나, 개정안 발의자의 위 분석은 아래의 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생각된다.
개정안에 의하면, 종업원이 기업과 자율적으로 협의하는 형식을 취할 것이나, 그 실질(결과적으로 직무발명보상금의 액수 등)은 종업원에게 극히 불리하게 될 것이다.
종업원은 기업에 취업하기 전에 기업측과 직무발명보상금에 관하여도 협상을 하게 될 것인데, 이 때 기업은 “보상형태, 보상액을 결정하기 위한 기준”등에 대한 매우 치밀한 규정(종업원에게 매우 불리한 규정일 가능성이 큼)을 미리 준비한 상태에서 이를 종업원에게 상당히 긴 시간에 걸쳐 설명 내지 설득하는 형식을 취한다면, 취업을 목적으로 하는 종업원은 합의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종업원은 기업과 비교할 때, 보유 정보가 매우 적어 ‘정보의 비대칭성’ 상태에 있으며, 사실상 무장해제된 상태에서 협상테이블에 임하는 것임)에 놓여 그러한 규정을 받아들이게 된다.
이 경우 그 절차는 합리적이라 인정될 가능성이 크며, 위 개정안 13조 2항의 “ …그 정한 바에 따른 보상이… 합리적인 것으로 인정되면 이를 정당한 보상으로 본다.”라는 규정에 의거 정당한 보상으로 간주될 가능성이 크게 된다.
따라서 개정안 시스템에서는, 기업은 매우 낮은 보상금을 제시하여 종업원으로부터 합의를 끌어낼 것이고, 결과적으로 현재 한국, 일본의 법원이 인정하는 바의 ① “그 發明의 完成에 사용자등 및 종업원등이 공헌한 정도”에 근거함 ② [기업이 발명으로 인하여 얻을 이익액의 10%-한국],[기업이 발명으로 인하여 얻을 이익액의 5~65%-일본] 등 2가지 기준에 훨씬 못 미치는 보상금이 결정될 것이다.
나. ‘정당한 보상’으로부터 포상금 성격으로의 회귀
절차가 합리적이면 정당한 보상금으로 볼 가능성이 크다 라고 하는 개정안의 취지는 “정당한 보상”을 발명자에게 지급하여야 한다는 현행 특허법의 취지를 살리지 못 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우리 특허법은 발명자주의로서, 발명자가 발명을 완성함과 동시에 발명에 대한 모든 권리는 원시적으로 종업원 발명자에게 귀속되며, 직무발명보상금이란 발명자가 발명에 대한 권리를 기업에게 양도한 데 따라 반대급부로서 받는 대가의 성질을 지닌다.
따라서, 그 보상금의 산정은 절차의 합리성을 우선적 기준으로 할 것이 아니며, 발명에 대하여 기업과 종업원이 실질적으로 기여한 내용, 즉 “그 발명의 완성에 사용자등 및 종업원등이 공헌한 정도”를 먼저 고려하여야 한다.
그런데, 개정안은, 절차가 합리적이면 정당한 보상으로 간주될 가능성을 크게 하고, 그 절차가 마련되어 있지 않거나 불합리한 경우에만 “그 발명의 완성에 사용자등 및 종업원등이 공헌한 정도”를 고려하는 것으로 하여 선후가 뒤바뀌어 있다.
개정안에 의하면, “발명을 기업에 양도한 데 따른 상당대가”라고 하는 직무발명보상금의 성격이 “기업이 치밀하게 준비한 보상금 규정에 따른 시혜적 포상금”으로 바뀌게 되어, 『정당한 보상의 지급의무』라고 하는 특허법상의 원칙에 벗어나며 발명자들에게 매우 불리하다.
5. 개정안의 배경
현행법상 기업측이 애로를 느끼는 점은 ‘예측가능성’문제이다.
즉, 직무발명보상과 관련하여 소송에 의하여 불의의 거액의 판결을 받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우려하였으며, 발의자는 이를 감안하여 개정안을 준비한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현재 대부분의 기업들이 직무발명보상제도 자체를 모르거나 무시하고 있어 기업들이 직무발명보상체계를 도입하는 것을 장려하기 위한 의도도 개정안에 담겨 있다고 한다.
또한, 종업원은 보상금 산정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는 것이라고 한다.
기업측은 2001년의 경험(수익의 15%를 보상금으로 지급하는 시행령입법안의 좌절)에서 보듯이 하한선을 규정하는 것에 대하여는 극히 반대하는 입장이다.
이러한 입장들을 고려하여 이번 개정안이 탄생하였으나, 위에서 보듯이 발명자들이 실제로 처하게 될 상황은 전혀 고려되지 않은 문제점이 있다.
그리고, 일본이나 미국 등이 민간의 자율결정 추세 라는 점은 우리나라에 적용할 수 없는 점이다.
미국의 경우, 자율결정이라고 하더라도 pro patent 정책에 의하여 발명자에게 많은 혜택이 주어지고 있으므로 별도의 직무발명보상이 필요없는 구조이다.
일본의 경우 2005.4.1.부터 시행되고 있는 규정이 우리나라의 개정안과 비슷하나, 개정안 중의 간주규정(개정안 13조 2항의 “ …그 정한 바에 따른 보상이 … 합리적인 것으로 인정되면 이를 정당한 보상으로 본다.”라는 규정)은 없으며, 우리나라가 일본의 잘못된 점을 따를 이유도 없다.
(개정안은 일본의 새로운 규정을 상당 부분 동일하게 도입한 것임)
정부는 2001년에 하한선을 규정하려고 한 바 있으며, 최근까지도 하한선 도입에의 의지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었는데, 급격히 현재와 같은 개악된 규정을 마련한 것은, 일본 나카무라슈지의 직무발명보상금사건의 2000억원 판결, 일본의 관련 규정의 개정 내용, 대기업의 법개정에의 영향력 행사 등의 요인이 있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6. 개정안의 문제점에 대한 대안
개정안의 문제점에 대한 대안으로서는, 현행법을 존치시키되 보상금의 지급기준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대통령령으로써 규정(반드시 하한선을 규정하자는 주장은 아님)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보상금의 지급기준의 구체적 예로서는, 타사실시의 경우 기업이 얻을 이익액의 산정은 매출액 기준으로 하되 당해 업종의 통상적인 실시료율을 곱하여 정한다는 내용, 보상금 결정시 종업원등으로부터 보상금 산정방법을 청취할 것을 권고하고 [從業員등이 정당한 決定方法을 제시한 때에는 이를 참작하여야 한다](=2001.2.3.개정전의 특허법 40조 2항)는 내용 등이다.
그리고, 각 기업이 위와 같은 시행령에 적극적으로 따라, 직무발명의 정당한 보상과 관련하여 훌륭한 제도를 마련하고 이를 시행하는 경우, 그 기업에 대하여는 정부보조금, 세제혜택 등의 국가적 지원을 하는 것이다.
7. 결론에 갈음하여
일본의 나카무라 슈지 사건은 1심의 2000억원 판결(인용가능액은 6000억원이었으나 일부청구로 인하여 2000억원 판결)은 2심에서 84억원에 화해하는 것으로 종결되었다.
2심에 대하여 나카무라 슈지는 불복하지 않았으며 아래와 같은 내용이 담긴 성명서를 발표하고 홀연히 연구실로 돌아갔다.
나카무라재판의 목적은 「발명보상금을 포상금으로부터 발명의 양도대가금액으로 바꾸고 싶다. 그렇게 하여 기술자, 연구자의 눈빛이 달라지게 하고 싶다. 눈빛이 달라진 기술자가 부를 낳는 발명을 하고 이로써 산업이 진흥되어 일본을 풍요롭게 만들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나카무라교수는 2만엔을 8.4억엔(이자를 포함)까지 가져 갔습니다. 이제부터는 나카무라교수로부터 바통을 전달받은 후속 주자(즉 한 사람 한 사람의 기술자 모두)가, 또 다시 이 바통을 이어받아 전진할 것을 기대합니다.
나카무라교수는 이「직무발명의 양도대가」문제의 바통을 후속주자(즉 한 사람 한 사람의 기술자)에게 물려주고 본래의 연구개발의 세계로 돌아갑니다.
우리나라의 기업들은 보다 거시적 안목을 가져야 할 것이며, 직무발명에 대하여 정당한 보상을 하는 등 발명자들에 대하여 좋은 처우를 할 수 있어야 기업과 근로자(발명자) 모두에게 이익이 되고 우리나라의 산업발전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이상]